우리의 어릴 적 이야기
상냥하고 든든한 12살 언니 사츠키와 호기심 많은 천방지축 4살 여동생 메이는 엄마의 병환 때문에 아빠와 함께 공기 좋은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옵니다. 낡고 커다란 집은 구석구석 천진한 두 자매의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언니 사츠키가 학교에 간 사이 메이는 집 앞 숲 속에서 신기한 작은 동물을 만나게 됩니다. 도망가는 동물을 따라 숲 속 깊은 곳 도토리나무 아래 구멍으로 들어간 메이는 거대한 나무 요정 토토로를 만납니다.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신기해 하지만 쉽사리 믿지 못하는 사츠키는 폭우가 쏟아지던 6월 어느 밤, 우산을 들고 깜깜한 정류장에서 아빠를 기다리다가 토토로를 만납니다. 비를 흠뻑 맞고 있는 토토로를 위해 우산을 건네자 토토로는 기뻐하며 신기한 씨앗 하나를 선물합니다. 씨를 심은 마당에 토토로들이 놀러 오고, 곧 씨앗은 큰 나무가 됩니다. 잠에서 깨어 마당에 나가보니 씨앗이 싹을 틔운 것을 보고 두 자매는 꿈이 아니었다며 기뻐합니다. 그렇게 시골생활에 적응하며 찾아온 여름방학, 엄마의 병원 외출 소식에 기뻐하던 두 자매는 외출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에 실망하고 메이의 투정에 참고 있던 사츠키도 속상해하며 둘은 다투게 됩니다. 언니가 방에 들어간 사이 메이는 엄마를 찾겠다며 집을 나서고 소식이 끊깁니다. 사츠키는 숲 속으로 달려가 토토로를 부르며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고 토토로가 불러낸 고양이 버스를 타고 메이를 만난 후 둘은 함께 엄마의 병원으로 갑니다. 창문 밖에서 본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 안심하며 엄마에게 주고 싶었던 집에서 재배한 옥수수를 창틀에 두고 오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사랑받는 영화에는 이유가 있다
환경보호와 전쟁반대 등의 특별한 주제의식이 특징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영화와는 달리 순수하고 아련한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를 일본의 시골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SF와 판타지등의 요소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1952년 어딘가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후 따뜻하고 다양한 색채와 꼼꼼한 작화로 그려내어 오히려 외국에서 더 공감을 받으며 폭넓게 사랑받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위해 사실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냈습니다.. 12살 의젓한 언니의 모습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숨어 울음을 터뜨리는 주인공 사츠키의 모습은 위로해 주고 싶은 그 시절 장녀들의 모습을 잘 표현했고, 여동생으로 나오는 메이의 작화는 당시로서도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터놓고 말하면 예쁘다고 말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못난이 인형에 가깝습니다.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사각형의 얼굴에 말은 하나도 듣지 않을 것 같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 그리고 역시나 생떼를 쓰는 그 모습은 4살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고 있고 이것이 많은 팬들이 큰 공감을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도토리나무의 신령한 요정 토토로의 푸근하고 믿음직스러우며 인간사 희로애락에 요동하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 그리고 기발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고양이 버스의 움직임과 작고 귀여운 신령들의 모습들까지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심지어 이 영화에는 악역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서로 도울 수 있을 때 돕고 의지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큰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후크송의 정석이 된 ost 그리고 영화평
엔딩크레디트가 나올 때 그 유명한 후크송이 나옵니다. 바로 아즈미 이노우에(Azumi inoue)가 부른 엔딩 ost 인 '이웃집 토토로'인데, 영화를 다 보신 분들이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부분인 '토나리노 토토로 토토로-'부분이 매력적입니다. 2023년 현재 아이돌 음악들이 중요시하는 hook song의 정석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시청한 지 10년이 지나도, 듣는 순간 감정이입과 함께 10년 전 그날 그 감동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몇 번이나 느꼈습니다. 토토로 캐릭터는 이제 지브리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되었고 캐릭터 인형판매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자녀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영화 1위(반다이 설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중 1위(타임 아웃지)에 올랐습니다. 아이러니 한 점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빼앗은 이 영화가 개봉 당시 일본에서의 흥행수익은 그리 좋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흥행과는 별개로 각종 자국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지브리 스튜디오 하면 자연스럽게 도토로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보았던 아이들이 이제 아빠가 되어서 자녀들의 손을 잡고 와서 지브리 체험관을 둘러보며 추억을 전승하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대작인 동시에 아직도 그 세계관은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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