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가 THE FIRST SLAMDUNK라는 이름의 영화로 개봉했습니다. 만화책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가드 송태섭의 시점으로 그의 어린 시절 성장기와 최강 산왕공고와의 시합이 긴박하게, 그러나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집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드 송태섭의 성장 이야기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채치수, 그리고 가드 송태섭. 이들이 속한 북산고교 농구부는 지역 약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강자들을 이겨내며 전국 진출권을 손에 넣는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상대는 너무 일찍 만나버린 전국 최강 산왕공고 농구부, 여기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멤버들의 과거를 알 수 없었던 원작 만화와는 달리 영화는 가드 송태섭의 시점으로 그의 어린 시절부터 전개된다. 작은 해변마을, 그의 형은 지역 내에서도 손꼽히는 농구 재원이었다. 그런 형을 롤모델로 삼고 모든 것을 닮고 싶어 했던 송태섭이었지만 그는 형보다 재능도, 타고난 몸도 작았다. 어느 날 송태섭과의 연습을 미루고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낚시를 나간 형은 돌아오지 못하고, 남겨진 동생은 형을 뛰어넘을 기회를 잃고 늘 비교당하며 상처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낸다. 다시 화면은 긴박한 시합으로 돌아오고, 북산고교의 장점을 모두 파쇄해 버리고 각 멤버의 움직임을 다 봉쇄해 버릴 정도로 전국 최강 산왕공고는 공수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인다. 산왕공고의 올코트 프레스 수비전략으로 팀원들의 발이 묶이고 20점 이상으로 점수차가 벌어지자 경기장의 누구도 산왕의 승리를 확신한다. 그러나 모두가 포기한 바로 그 순간, 송태섭은 드디어 스스로를 넘버원 가드로 믿고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기로 각성한다. 그리고 완벽했던 산왕의 더블팀 수비라인을 작고 빠른 가드가 가질 수 있는 필살기인 낮은 드리블로 뚫어버린다.
세대를 넘은 흥행, N차 관람 러시
331만 명이라니, 개봉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상영하고 아직도 박스오피스 2위입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릅니다. 농구에 1도 관심 없던 제가 이 스포츠에 매료된 이유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NBA 스타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팬, 데니스 로드먼 삼각편대로 편성된 시카고 불스라는 전설의 팀이 활동하던 시기였고, 국내농구도 허재라는 불세출의 천재가 매 경기 드라마를 쓰던 때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들 특히 남학생뿐 아니라 여학생의 마음도 사로잡아 전국에 농구열풍을 불어 일으킨 것은 영화도 외국스타도 아닌 '슬램덩크', 한 권의 만화책이었습니다. '퍼스트'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25년 만에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먼저 움직인 것은 이제 30대 후반 40대가 된 당시의 학생들, 이제는 아재들이었습니다.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아 시간보다 빨리 입장하여 기다리다 보니 모두 저처럼 혼자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삼삼오오 구성원이 다양했습니다. 제 왼쪽 자리에는 그 시대 만화책을 보았을 것 같은 아빠가 아들 손을 잡고 농구모자를 눌러쓰고 오셨고, 오른쪽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연인이, 뒷자리에는 중년의 남자 네 분이 자리했습니다. 북산고교가 만난 최강의 적 산왕공고와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묘사 중간중간에 우리의 넘버원 가드 송태섭의 유년기 스토리텔링이 아련하게 묘사되어 영화의 감성적 풍성함을 더하고, 원작 만화의 명대사들이 나올 때 관객들이 탄성을 내뱉는 분위기가 현재 이 영화의 위상을 분명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전국 아재들의 소망입니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습니까, 저는 지금입니다." 이 대사를 직접 생생히 듣다니 꿈만 같습니다. 40대 열풍으로 2위를 하고 있다는 뉴스에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집에만 있기 부끄럽다. 나도 얼른 동참해서 2등을 유지해야겠다!'(감히 1등은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2등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벅참이 있었습니다.) 30년 전 아재들의 찬란했던 젊음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조차 까맣게 잊은 채 일상에 지치고 찌든 채 살아가고 있었던 나 자신이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크고 자랐는지, 어떤 사고를 치고 어떤 일타를 했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먼 옛날의 그립던 친구가 보낸 편지를 받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래서 관람 내내 작지만 소중한 감동이 있었고 영화가 끝났음에도 쉽사리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엔딩크레디트 이후 나오는 숨겨진 영상까지 봐버렸습니다. 이 스포는 영화를 직접 보시는 분들께 선물로 남겨놓겠습니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속히 다음 편을 내주세요. 주인공 별로 제작해도 좋고 강백호와 서태웅이 결혼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다음 편이 30년 뒤면 저는 백발이 성성합니다. 물론 그래도 보러 올 것입니다만 말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영화보다 더 원하는 것은 원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를 감금해 놓고 강백호의 재활치료 이후를 정식 연재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만화 슬램덩크가 연재되는 것입니다. 영화로 다시 만난 벅찬 감동이자 내 유년의 향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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