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는 오드리 헵번의 두 번째 뮤지컬 영화입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작품이지만 원작 뮤지컬 주인공이었던 줄리 앤드루스와의 비교와 노래 더빙 대역 이슈로 인해 오드리 헵번 본인에게는 큰 상처를 준 영화가 되었습니다. 더빙 전 그녀가 불렀던 노래는 연기와 함께 매우 훌륭했습니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소개
런던의 한 극장 앞에 볼품없는 옷에 억센 말투로 꽃을 파는 일라이자(오드리 햅번)가 있습니다. 그런 그녀를 두고 퉁명스러운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 교수(렉스 해리슨)는 친구 피커링 대령(윌프리드 하이드-와이트)에게 이 여인을 데리고 6개월을 교육해 우아하고 세련된 귀부인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을까를 두고 내기를 합니다. 발음을 고치면 지금보다 더 잘 살수 있다는 말에 그녀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히긴스의 개인 교습을 받게 되는데, 귀부인이 되기 위한 걸음걸이, 식사예절, 말하는 법 등의 고단한 특별훈련을 받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정확한 발음을 구사해 내며 우여곡절 끝에 모든 훈련을 마친 일라이자는 더 이상 투박한 런던 말씨와 촌스러운 악센트를 쓰지 않게 됩니다. 히긴스는 일라이자를 여왕이 참석하는 무도회에 데려가고 그녀는 무도회에서 그 어떤 귀부인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숙녀로 주목받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거리의 여인이었을 때 무시하던 상류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말투를 바꾸고 옷을 바꿔 입으니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모습에 일라이자는 혼란을 느낍니다. 또한 히긴스가 자신을 도운 것이 아니라 피커링과 내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일라이자는 실망하게 되고, 자신의 노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히긴스와 설전을 벌입니다. 그녀는 하층민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상류사회에 속할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히긴스 박사의 곁을 떠납니다. 시간이 흐른 뒤 후회하는 히긴스 박사 앞에 다시 일라이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대성공, 그러나 헵번을 찾아온 시련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고 1965년 아카데미 12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어 그중 8개 부분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오드리 헵번은 연기를 잘 하고도 이 영화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데 다름 아닌 노래 대역 때문입니다. 브로드웨이 판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는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하여 2717회나 공연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초연 주연을 맡은 배우는 랙스 해리슨과 줄리 앤드루스였지만 영화 판권을 사들인 워너브라더스는 영화계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줄리 앤드루스 대신 당대 최고의 스타 오드리 헵번을 선택합니다. 일라이자 하면 줄리 앤드루스가 연상되었기에, 헵번의 캐스팅은 커다란 가십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섭외하고도 그녀의 가창력을 믿지 못했던 워너브라더스 사는 헵번 몰래 노래를 더빙할 가수 마니 닉슨을 준비시켜 놓았습니다. 직접 모든 노래를 소화하고도 영화 중반에야 이 사실을 안 오드리 헵번은 크게 반발했지만 거대 영화사의 힘 앞에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영화는 대성공하고 비평가들의 찬사도 이어졌지만 정작 주인공 오드리 헵번은 본인의 의도가 아님에도 줄리 앤드루스의 배역을 뺏었다는 여론에 시달렸고, 무려 아카데미 12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이후 오드리 헵번의 영화 선택은 매우 신중해졌고 가정불화와 재혼, 출산 등이 이어지며 사실상의 은퇴를 하게 됩니다.
훌륭했던 헵번의 연기
"The Rain-In Spain-Stays-Mainly In The Plain." 스페인에서는 비는 평야에서만 내린다. 우리 말의 '경찰청 창살 쇠창살'처럼 일라이자가 세련된 발음을 위해 강압적인 환경에서 연습했던 저 문장이 톱스타였음에도 오드리 헵번이 맞이했던 당시의 상황과 닮아 있습니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강요되는 요구 앞에 최고의 스타였던 오드리 헵번이 꺾이고 이제 그녀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출발이 된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이 뮤지컬 영화에서의 그녀는 사랑스럽고 개성 있는 본인 만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합니다. 가십이 넘쳤을 뿐, 영화가 대성공이었던 이유에 그녀가 주인공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그녀 역시 모든 노래를 녹음했고, 그 녹음본 역시 참 좋았기에 더빙을 쓰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녀가 차라리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말을 잘 듣는 숙녀가 아니다'라고, "I'm not your lady."를 외치고 뛰쳐나가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이후 더 오랜 시간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작품들로 우리와 함께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드리 헵번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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