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는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의 대사관 직원들이 힘을 합쳐 목숨을 걸고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개봉했음에도 368만 명을 모으며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휩쓸어 2021년 최고의 한국영화로 우뚝 섰습니다.
영화 '모가디슈' 필사의 탈출작전
소말리아의 한국대사 한신성(김윤석)은 대한민국의 UN가입을 위해 현지 정부의 환심을 얻으려 애쓰지만 이미 이곳에는 20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북한의 영향력이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1년 만에 소말리아로 복귀한 안기부 출신의 참사관 강대진(조인성)과 함께 대통령을 만나기로 하지만 무장강도를 만나 약속에 늦게 되고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와 참사관 태준기(구교환)를 목격합니다.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 남한과 북한의 참사관들은 비방과 모략으로 서로를 난처하게 만듭니다. 외무장관과의 로비자리에서 다시 만나 갈등을 일으키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고 바레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이 수도 모가디슈를 점령하며 일대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대사관이 폭도에게 약탈되자 강대진은 경찰에게 돈을 찔러주며 대사관을 지켜내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폭도들에게 쫓긴 북한 대사관의 사람들이 남한대사관에 몸을 의탁합니다.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지만 깜깜한 어둠 속에서 서로 음식을 나누고 협력하는 사이 이탈리아 대사관을 통해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생깁니다. 모래주머니와 책들로 방패막이를 붙인 자동차를 나눠 타고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탈출하는 그들을 반군으로 오인한 정부군이 사격을 가하고 총알이 난무하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위험한 탈출이 시작됩니다. 20명이 넘는 인원이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총격을 받고도 끝까지 핸들을 놓지 않았던 태준기는 끝내 사망합니다. 함께 생사를 가로지르며 케냐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남북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작별인사를 나눈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공항을 나섭니다.
실화 배경의 이야기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는 옛날 이곳을 통치했던 페르시아의 영향이 도시 이름에 남아서 '샤가 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소말리아의 내전이 1990년 12월 30일에 시작되었고, 바렌 정권의 장기독재를 반대하는 반군이 수도로 진격합니다. 당시 UN 가입을 위해 아프리카 회원국의 표심을 얻으려 소말리아 정부에 총력을 쏟고 있던 남북의 대사관 직원들은 도시 안에 갇히게 되고 폭도로 변한 반군들에게 공관이 약탈당하고 계속된 위협을 당하게 됩니다. 소말리아 정부와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였던 북한 대사관 쪽의 상황은 더 심각하여 수십 차례 침입을 당하며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의 강신성 대사는 가까스로 한국정부와 교신에 성공하고, 오갈 곳이 없었던 북한 대사관 직원들을 받아들이며 12일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며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무법천지로 변한 도심을 가로질러 공항으로 이동하다가 반군으로 오인한 정부군의 총격을 받아 운전을 맡은 북한직원 한 명이 사망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비행기를 통해 케냐 몸바사 공항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남북의 정치적 갈등이 최고조였던 90년대였지만 최악의 상황에 처한 같은 핏줄의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도왔던 실제 이야기의 감동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와 억지를 덜어내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긴박한 상황을 위주로 스크린에 담아낸 것이 영화흥행의 포인트였습니다.
액션 감독 류승완의 흥행 복귀작
현재 소말리아는 여행이 금지된 위험지역이기 때문에 모가디슈처럼 해안도시인 모코로의 에사우리아에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만약 류승완 감독이 전작 '군함도'에서 처럼 민족감정을 자극하며 정치적 요소를 가득 담아 결론을 정해놓은 신파극으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 역시 볼 가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은 감독은 부담스러운 정치를 걷어낸 후 억지연출을 배제하여 기민한 액션감독의 모습을 회복합니다. 100% 모로코 올 로케이션을 통해 거대한 이국의 땅의 빛과 풍광을 담아내었고, 오직 생존과 탈출이라는 주제에 맞는 긴박하고 스피디한 전개에 초점을 맞춰서 영상미와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냅니다. 주연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은 남북의 대사와 참사관 배역을 훌륭하게 묘사하였고 모로코에서 선발된 현지 배우들도 촬영 몇 주 전부터 액션스쿨의 교육 아래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잘 녹아듭니다. 코로나가 가장 심했을 당시 개봉했는데도 361만 명의 관객몰이에 성공하였기에 시기를 잘 만났다면 천만영화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비록 흥행은 아쉬웠지만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을 비롯한 국내의 굵직한 영화제에서 대상을 비롯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쓰는 쾌거를 이루며 2021년 최고의 흥행영화라는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간 국내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총격전의 스캐일과 시원한 전개를 원하신다면 '모가디슈'를 꼭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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