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캐리 그랜트 주연의 영화 '샤레이드'는 "히치콕이 만들지 않은 영화 중 가장 훌륭한 히치콕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스릴러에 긴박한 첩보물을 담고 추리하면서도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는 로맨스 장르라는,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새 영역을 창조해 내고 그 시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습니다.
영화 '샤레이드' 의 내용
파리 외곽지대를 도는 급행열차에서 파자마 차림의 한 남자 찰스 램퍼트가 추락사합니다. 그는 동시통역 일을 하는 레지나 램퍼트(오드리 헵번)의 남편입니다. 레지나는 스키장에 함께 놀러 온 친구 실비에게 거짓말을 일삼고 자신과 맞지 않는 남편과 조만간 이혼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우연히 미국인 남성 피터 조슈아(캐리 그랜트)를 만나고 그와의 대화를 즐깁니다. 집으로 돌아온 레지나는 아파트의 모든 짐이 사라져 텅 빈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하다가 파리 경시청의 그랑삐에르 경감과 만납니다. 경감은 남편의 부고를 알리는데 그는 살해되기 이틀 전에 아파트를 포함해 모든 재산을 경매에 부쳐서 25만 달러를 확보했지만 발견된 그의 소지품엔 아내 레지나에게 보내는 우표가 붙어있는 편지봉투 외에 별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죽은 후 수상한 남자 세 명이 그녀의 곁을 맴돕니다. 경찰은 남편 살해의 용의자로 레지나를 의심하고 사라진 돈 25만 달러를 추궁받습니다. 텅 빈 집으로 돌아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곱씹는 레지나에게 스키장에서 만났던 피터 조슈아가 찾아와 신문기사를 통해 부고를 접했다면서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고 두 사람은 레지나가 묵을 숙소를 찾아 나섭니다.
스릴러, 추리물, 첩보, 하지만 로맨스
세 사나이 중 한 명이 피터의 본명은 다일이며 그 역시 돈을 좇는 사람이라고 말해 레지나를 불안하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대사관에서 파리주재 CIA의 보스라고 하는 해밀턴 바솔로뮤(월터 매튜)를 만나 얘기를 듣습니다. 자신을 쫒는 남자들과 남편 찰스는 2차 대전 당시 CIA의 전신인 OSS 대원이었고 그들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게 조달할 금괴를 빼돌렸는데, 찰스가 배신해 금괴를 감추었고 그 때문에 살해되었으며 여기에 피터=다일도 연루되어 있다는 내용입니다. 바솔로뮤는 역으로 그녀에게 그들의 뒤를 캐어 25만 달러를 찾아오는 임무를 줍니다. 레지나는 협박을 받고 위험에 빠질 때마다 나타나 구해주는 피터=다일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세 사나이가 누군가에게 차례로 살해당하고 다일이라는 사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바솔로뮤로부터 듣고 더 이상 그를 믿지 못합니다. 마침내 레지나는 죽은 남편이 자신에게 전하려 했던 편지봉투에 붙어 있던 세 장의 우표가 25만 달러 가치의 보물임을 알게 됩니다. 바솔로뮤를 만나려 하지만 실제 바솔로뮤는 다른 인물이었고 누군가가 그의 행세를 하고 레지나를 조종했던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른 레지나는 진짜 범인 카슨 다일을 만나게 되고 피터와 카슨 다일간의 총격전과 추격전 끝에 카슨 다일은 오페라 극장에서 추락사합니다. 피터는 25만 달러를 찾기 위해 파견된 정부의 특별 수사관 브라이언 크뤽상크였음을 밝히고, 의심하는 레지나에게 다음 주 우리의 결혼증명서에 이름을 쓸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의 사랑을 얻어냅니다.
히치콕이 만들지 않은 가장 훌륭한 히치콕 영화
굉장한 찬사입니다. 히치콕 스릴러가 하나의 장르였던 1960년대에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면서도 놀랍게도 거기에 더해 첩보물과 로맨스와 코미디까지 절묘하게 더한 색다른 영화가 되었습니다. 액션 역시 당시의 기준으로 훌륭했고, 피가 낭자한 지금의 영화와는 많이 다른 그 시대의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는 매우 흥미롭고 임팩트 있었던 것 같습니다. 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1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애드거상 최우수 영화 각본상,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다비드 디 도나텔로 어워드 골든 플레이트상, 로렐 어워드 코미디의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로맨틱 그리고 코미디입니다. 계속해서 누군가가 죽고 주인공 역시 위험해도 이것을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그려냅니다. 사실 가장 수상한 캐릭터는 이름과 정체를 계속 바꾸며 등장하는 캐리 그랜트인데도 오드리 헵번은 그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로맨스를 이어갑니다. 스릴러, 첩보, 추리물의 바탕 안에 완성된 로맨틱 판타지, 요즘 유행하는 모든 장르의 믹스 혹은 막장까지도 될 수 있는 이 상황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역시 두 주연 배우의 열연 덕분입니다. 캐리그랜트와 오드리 헵번의 히치콕 류 판타지 로맨스, 후회하지 않을 꿀재미를 보장하는 영화 '샤레이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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