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두워질 때까지'는 오드리 헵번이 앞을 보지 못하는 수지 헨드릭스 역을 사실감 있게 표현해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1967년 작품입니다. 그녀가 이제껏 맡았던 역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손끝 하나의 동작과 눈동자까지 통제하며 극적인 연기 변신을 훌륭하게 보여준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영화 '어두워질 때까지' 긴장감 넘치는 서사
칼리노, 마이크, 리사는 사기행각이 들통나면서 조직이 해체되었다가 다시 뭉칩니다. 리사는 캐나다에서 마약을 밀반입하기 위해 인형의 배 속에 마약을 넣어 밀봉하고 검문이 두려워 비행기에서 만난 사진작가 샘 핸드릭스(에프렌 짐발리스트 주니어)에게 인형을 맡깁니다. 공항을 나왔지만 리사는 사라지고, 샘은 인형을 들고 일 년 전 자동차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내 수지 핸드릭스(오드리 헵번)와 살고 있는 자신의 반지하 아파트로 돌아옵니다. 칼리노와 마이크는 마약을 되찾기 위해 남편 샘이 출장을 간 사이에 수지가 자리를 비운 아파트로 침입하지만, 그곳에서 조직원 리사가 시체로 뒹구는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합니다. 그녀를 죽인 이는 살인청부업자 해리 토트(앨런 아킨), 그는 두 남자를 협박하여 마약을 차지하려 합니다. 인형을 가져갔던 윗집의 소녀가 다시 수지에게 인형을 돌려주고 수지는 남편의 친구인 줄 알았던 마이크에게 이 사실을 알려줍니다. 마약을 독차지하려던 마이크는 해리에서 살해당합니다. 살인자 해리로 인해 수지는 커다란 위험에 봉착하고 아파트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습니다. 계속 코너로 몰리던 수지가 선택한 방법은 아파트의 전구를 모두 깨버리고 자신이 익숙한 어둠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깜깜해진 반지하 아파트에서 칼리노와 악당 해리 그리고 수지 세 사람 모두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서 자신을 구하려는 가녀린 수지는 과연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극적인 연기, 이어지는 호평
영화는 프레드릭 노트의 동명의 소설이자 희극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감독인 테렌스 영의 걸출한 연출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007 시리즈의 첫 작품인 '살인면허'와 이후 작품들을 만들며 스릴러 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영화는 폐쇄적인 반지하 아파트의 좁은 공간구성, 위협에 맞서는 당사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약한 여인, 어두운 화면 안에서 스피디하게 연결되는 연기와 심장소리가 들릴 것 같은 스릴러적 요소를 극대화했다는 호평을 받습니다. 연습 벌레인 헵번은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맹인클리닉에서 실제 맹인들이 받는 훈련을 소화합니다. 다른 행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법, 안대 착용, 얼굴의 열감으로 전등 위치를 파악하는 법, 지팡이 사용법등을 익혀 연기에 적용했습니다. 다만 아무리 연습해도 타고난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만큼은 연기를 통해서도 가릴 수가 없어서,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헵번은 당시 유리로 만든 단단하고 부작용이 심했던 렌즈를 영화 내내 착용하며 연기에 임했습니다. 악당 그 이상을 연기하며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해리 토트역의 앨런 아킨은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조차 들지 못했지만, '영화 내내 감히 오드리 헵번을 괴롭혔으니 상을 못 타는 것이 당연하다'며 웃어넘겼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졌기에 '어두워질 때까지'는 흥행에 크게 성공합니다.
이후 오드리 헵번의 삶
영화는 성공했고 영화 매출의 10%를 받기로 한 오드리 헵번은 이 작품의 흥행으로 1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립니다. 또한 인생의 마지막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릅니다. 그녀는 이 영화를 촬영하며 그간 할리우드와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도 불문율처럼 적용되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보다 사람들이 더 열광했던 것은 시대적 자극과 그것을 위한 빠른 속도감 그리고 잔인함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이고 그녀의 전성기가 지난 것입니다. 나이가 든 시대의 아이콘이 선택해야 하는 길은 좁고 어려운 것일 수 있지만, 그녀는 작품을 줄여가며 주인공의 자리에서 서서히 내려옵니다. 이후 그녀가 촬영한 영화는 채 5편이 되지 않습니다. 헵번은 여유 시간을 주위와 나누기 시작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늘 긴박했던 어린 시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기의 연인으로 사랑받았던 영화배우의 화려했던 삶,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잡음과 불안이 끊이지 않았던 불운했던 결혼과 가정생활을 거쳐서 중년 이후로는 남미와 아프리카의 기아의 현장을 다니는 유니세프 친선대사 직을 수행합니다. 빛나는 별이었던 공주가 전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여왕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여배우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지만, 헵번을 기억할 때는 앤 공주를 연기할 때의 아름다움과 노년의 시기 우아한 아름다움 그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기억합니다. 그녀는 스타이자 전 세계인의 진정한 친구로 마음속에 남은 것입니다. 이상 오드리 헵번의 전성기 마지막 작품, <어두워질 때까지>였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