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마녀 배달부 키키'는 도시생활에 적응하는 꼬마마녀 키키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빗자루 비행 외에는 서툴기만 한 키키가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의 힘으로 서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내용
마녀와 일반인이 일상에 녹아 살아가는 시대, 그리고 마녀의 힘이 점점 사라져서 예전보다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든 때, 키키는 마녀인 엄마와 평범한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무남독녀 외동딸입니다. 13살이 된 키키는 엄마의 가업을 잇기로 하고 수습 마녀의 길을 위해 1년간 독립하기로 합니다. 말하는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키키는 사람들을 도우며 정착해 지낼만한 도시를 물색하다가 지붕들이 예쁜 아기자기한 항구도시에 도착합니다. 하늘에서 마녀가 내려와도 특별할 것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키키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복잡하고 바쁜 도시 속에서 그녀는 정처 없이 헤맵니다. 키키는 번번이 일자리를 놓치다가 오히려 호소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빵집 다락에 기거하면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외로움과 무력함을 담담하게 삼키며 살아가던 키키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소년 톰보를 알게 되고 주말에 그가 만든 비행기 시운전에도 함께하면서 우정을 쌓습니다. 도시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갈수록 지지와의 소통이 불가능해지고, 사라져 가는 비행능력을 살리려다가 엄마에게 받은 빗자루도 부러뜨리고 맙니다. 도시생활도 마녀의 자각도 어려워 우울해하던 어느 날 도심 퍼레이드에서 비행선 사고가 일어나고, 톰보가 비행선에 매달려 위험한 상황이 되자 키키는 대걸레를 붙잡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극적으로 날아올라 그를 구해냅니다. 모두가 환호하는 가운데 바닥으로 내려온 키키는 이후 톰보가 만든 비행기 곁으로 함께 하늘을 날아오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누구나 공감할 어린 소녀의 성장통
사춘기 어린 소녀의 성장통, 그 외에 특이한 사항이나 자극적인 소재 없이 원작 소설의 느낌을 그대로 따라가는 설정을 두고 영화의 흥행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흥행이 안될 것 같다며 발을 빼려 했던 스폰서 야마토 운수회사도 회사의 심벌인 검은 고양이 지지가 나오는 것으로 겨우 설득했을 정도로 영화는 평범합니다. 그러나 그 평범한 스토리가 사람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었습니다. 특성을 타지 않았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었던 영화가 되었고, 배경이 되었던 스웨덴의 도시 풍경과 유럽 여러 나라들의 조합은 당시 버블경제로 호황을 누려서 해외여행 붐이 일었던 일본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어필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여러 시대의 문화와 배경, 탈것들이 혼재되어 등장하는데 이것 역시 보편적이고 세련되면서 목가적인 이상향 유럽의 어딘가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공감을 얻었던 부분은 성장하는 주인공 키키의 이야기 그 자체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홀로 지나와야 할 성장의 아픔과 고민, 친구들과의 우정과 소외감, 좌절과 극복 이후 한 단계 성장하여 성년을 맞이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환호했고 공감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아름다운 색채와 ost로 담아내어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_검은 고양이 지지
1989년 개봉 당시 전 세계에서 1000만 달러, 일본 내에서 43억 엔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토토로의 3배 정도였고 이전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최고 흥행 수익이었던 1978년 우주전함 야마토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에 성공합니다. 영화의 여러 캐릭터들은 방황하는 키키를 감싸주는 따뜻한 인물들로 등장합니다. 빗자루를 부러뜨리고 능력을 잃어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자유분방한 화가 우르술라는 실패의 시간을 견디는 법을 언니로서 알려주며 키키를 일으킵니다. 배달 손님이었던 노부인은 키키에게 첫 친절을 베푼 사람이고 이후에도 그녀를 살갑게 대합니다. 동갑내기 친구 톰보는 그녀의 곁에서 함께 성장해 가는 친구입니다. 빵집 주인 오소노와 그의 남편 후쿠오는 정처 없는 키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그중 최고는 키키와 함께 고향을 떠나온 귀여운 매력덩어리 검은 고양이 지지입니다. 지지가 말을 못 하게 되고 흰 고양이 릴리를 만나 새끼 고양이를 낳는 과정을 키키가 도시에 적응하고 커나가는 모습과 평행하게 그리며 인생의 한 부분이 지나감을 표현한 것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인기 캐릭터로 따지면 토토로가 압도적인 1위이지만, 커다란 눈망울의 도도한 지지의 인형 판매량 역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아름다운 메인 ost인 '바다가 보이는 마을'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테마와 함께 피아노 연습할 때 한 번은 연주하는 유명한 곡으로 바닷가 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감성을 아주 잘 표현해 줍니다. 이상 꿈같은 동화 속에 살고 나온 좋은 기분의 추천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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