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2004년 복귀작입니다. 영화보다 더 인기 있었던 OST '인생의 회전목마'로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전작인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함께 3대 지브리 영화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리뷰
이웃나라와의 전쟁위협이 높아져가고 국가의 전력으로 마법사와 기계의 발달이 동시에 추구되던 19세기 어느 때, 소피는 가업인 모자가게로 출근하다가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빠지게 되고, 젊은 청년마법사 하울이 나타나 그녀는 구해줍니다. 하울의 마법의 원천인 심장을 노리는 황야의 마녀가 나타나 소피에게 하울의 거쳐를 추궁하게 되고 곧 소피를 90세 노파로 만들어 버립니다. 갑자기 늙어버린 노구를 이끌고 도중에 만난 마법에 걸린 허수아비와 함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찾은 소피는 계약에 묶인 채 동력원이 되어 성을 움직이는 불꽃악마 캘시퍼와 만납니다. 저주를 풀고 싶은 소피는 자유가 되길 원하는 캘시퍼와 서로 돕기로 하고 성에 돌아온 하울에게 자신은 신입 청소부로 소개합니다. 트라우마로 전쟁소환 부름에 도망 다니는 하울 대신 왕성에 간 소피에게 왕실마법사 설리반이 나타나 눈앞에서 황야의 마녀를 치매노파로 만들며 소피를 위협합니다. 하울의 도움으로 탈출한 소피는 노파가 된 황야의 마녀를 데리고 움직이는 성으로 돌아오지만, 캘시퍼가 하울의 심장을 가지고 있음을 안 노파가 캘시퍼에게 달려들고 이에 놀란 소피가 캘시퍼에게 물을 쏟자 동력이 꺼지며 성은 무너져 내리고 소피는 잔해에 고립됩니다. 소피를 위해 전쟁에 나간 하울은 캘시퍼의 위기로 인해 정신을 잃고, 소피는 노파를 달래어 캘시퍼의 불씨를 하울의 몸 안에 넣어줍니다. 그 순간 하울과의 계약이 풀린 캘시퍼는 자유가 되어 날아가고, 모두가 추락할 뻔한 위기를 허수아비가 나타나 구해줍니다. 소피에게 감사의 키스를 받는 허수아비는 마법이 풀려 이웃나라의 왕자로 변하고 그는 전쟁의 종식을 선포합니다. 설리반 역시 정전을 받아들이고 귀환한 캘시퍼로 인해 재탄생한 하늘을 나는 성을 타고 소피와 하울은 여행을 떠납니다.
지브리 최고의 OST
지브리의 많은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는 원래 다른 주제곡을 준비했지만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맘에 들어하지 않아서 난감했다고 합니다. 이에 즉흥의 영감을 떠올려서 일정한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는 곡을 그 자리에서 연주했는데 이 곡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모든 OST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곡인 '인생의 회전목마'입니다. 반복되는 주제선율이 영화의 주요 장면 배경음악에 사용되고 영화가 끝나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됩니다. 왈츠 풍의 경쾌한 운율로 시작되지만 동시에 말하기에는 묘한 아련함과 슬픔 역시 느껴지면서, 인생을 한자리를 돌고 도는 회전목마로 표현한 명곡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악기의 버전이 만들어졌고, 유명한 피아노 연주자들이 앞다투어 자신이 연주한 OST를 올리거나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으로도 소개되었고 유튜브를 통해 명상과 집중을 위한 5시간짜리 연속곡으로 만들어지는 등 영화를 보지 못한 세대에서도 노래는 알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브리 음악이 되었습니다. 연예인들이 캐릭터들의 성우를 맡아 열연한 것도 이슈가 되었습니다. 전 SMAP 리더이자 최고의 인기연예인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역을 맡았고, 소피역은 역시 유명배우 바이쇼 치에코가 연기하여 준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계와 마법으로 움직이는 괴이한 성이라는 소재, 내유외강의 소녀 소피와 바람둥이 같은 미남 하울 등 매력적인 인물들 역시 영화의 인기몰이에 큰 몫을 했습니다.
인생의 의미
열심히 준비해 간 음악을 제치고 즉흥곡이 메인 주제곡이 되었던 '인생의 회전목마', 그 이름처럼 정말 인생은 똑바른 길이 아니며 비슷하게 보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알 수 없습니다. 하루아침에 무력한 노파가 되었지만 주인공 소피는 주저앉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외부의 개입으로 싫은 상황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화를 내고 억울해하며 어쩔 줄 몰라하지만, 소피는 몸을 일으키며 앞을 향해 걷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합니다. 능력 있는 마법사 하울은 정작 자신의 트라우마에 갇혀 틀 안에 자기를 가두고 주어진 상황을 늘 피해 다닙니다. 강한 힘을 소유한 불의 악마 캘시퍼는 속박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고, 황야의 마녀는 화려한 겉치장으로 자신을 감싼 채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해하지 않고 계속 타인의 보물(하울의 심장)을 탐냅니다. 가장 약할 것 같았던 소피가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며 강하지만 실은 약한 다른 캐릭터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 만지고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꿋꿋하게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며 행동으로 말하는 소피를 통해 삶의 다양하며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그리고, 그런 폭풍의 중심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고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늘 내 뜻과는 별개의 전쟁이 일어나고 비바람이 불고 이웃들은 나를 이해하기는커녕 자기 살 궁리만 하기 바쁜 것처럼 보이지만, 한 숨 크게 쉬고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우린 모두 몸을 부풀린 채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 속에서 그저 작은 용서와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의미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그린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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