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계속의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판 애니메이션입니다. 대전쟁 이후 황폐된 환경 속에서 공기정화장치를 써야지만 숨을 쉴 수 있는 인류의 모습과 닥쳐오는 위기를 실감 나게 묘사한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내용
고도로 발달된 인류문명이 결국 '불의 7일'이라는 대전쟁을 끝으로 멸망하고 1000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지구의 대부분은 점점 늘어가는 독성곰팡이 숲 부해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거대곤충 오무에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바람계곡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으로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지대이고 이곳의 공주인 나우시카는 곤충과의 교감능력을 바탕으로 부해를 조사하는 내유외강의 소녀입니다. 어느 날 바람계곡에 곤충들의 습격을 받은 군사강국 토르메키아의 비행선이 추락하는데 이 안에는 도시국가 페지테에서 빼앗아 온 군사무기 거신병의 알이 들어있었습니다. 알을 회수하러 온 토르메키아의 군대는 나우시카를 인질로 잡아가던 중 페지테의 왕자 아스벨의 습격을 받게 되고 나우시카는 부해의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그곳에서 오염된 물과 땅을 정화시키고 보호하는 부해와 오무의 순기능을 보게 됩니다. 페지테는 토르메키아에게 죽은 공주의 복수를 위해 새끼 오무를 납치해서 바람계곡으로 거대 오무들을 유인하고, 포진하고 있던 토르메키아 군은 거신병의 알을 깨우지만 급하게 깨운 거신병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곧 녹아내립니다. 바람계곡의 절체절명의 순간, 돌진하는 거대 오무들 앞을 가로막은 나우시카는 목숨을 희생해 그들을 멈춰 세웁니다. 새끼오무를 돌려받고 분노를 멈춘 오무들은 촉수로 나우시카를 감싸고 신비한 능력을 행하여 그녀를 되살립니다. 전쟁은 멈추고 바람계곡은 다시 찾은 평화 속에 재건됩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태동
영화 '바람계속의 나우시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서 여러 면으로 의미 깊은 작품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떠오르는 신성이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작품으로 인해 비로소 원작자이면서 자신의 각본을 들고 자기 영화 작품을 첫 제작하게 되었고,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세간의 인정을 받은 그는 그간 미국만화의 하청작업을 겸업하던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터들을 규합해서 이후 전설이 된 '지브리 스튜디오'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루팡 3세', '미래소년 코난'으로 알려진 TV시리즈등의 일부 연출과 각본을 맡으며 인지도를 쌓았던 미야자키 하야오였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를 제작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작자들은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는 원작품이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고 그래서 먼저 동명의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합니다. 1편을 연재한 이후 이를 바탕으로 만든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 바로 '바람계속의 나우시카'입니다. 1984년 3월에 개봉한 영화는 전국 관객 91만 명을 불러 모으며 15억 엔의 수익으로 흥행에 성공하였고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주제인 인류사회의 발달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재해와 파괴에 대한 경각심과 인류애에 대한 심오한 내용을 다루며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창설된 지브리 스튜디오는 그로부터 2년 후 설립 첫 작품으로 명작 '천공의 성 라퓨타'를 세상에 선보이며 재패니메이션의 전설을 써내려 가기 시작합니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제의식
원작과 애니메이션 감독 두 가지를 함께 맡은 첫 작품이자 그의 이름을 대대적으로 알리게 된 시작이 된 계기가 된 것이 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이긴 하지만, 이미 그는 우리의 어린 시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제작자이자 작화가였습니다.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인지하게 해 준 작품, 그 엄청난 도약의 점프들이 연출된 '루팡 3세_칼리오스트로 성'의 각본자이고, 안 본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플란더스의 개'와 '엄마 찾아 삼만리'의 원화 역시 담당했었습니다. '빨간 머리 앤'의 레이아웃 담당자였던 것까지 언급하면 이제 위대한 감독이자 거장이 된 그 역시 병아리 적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만화영화는 그저 재미와 액션, 그리고 유머인 줄 알았던 시절에 처음으로 만화도 이렇게 까지 세밀하고 깊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바로 그의 손을 통해서였습니다. 나우시카 이후로 그는 꾸준하게 영화를 통해 자신의 주제를 말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황폐화되는 환경에 대한 생각과 전쟁 반대를 이야기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화와 꿈, 그리고 하늘을 향한 비행을 그리며 종속되지 않는 자유를 표현합니다. 선과 악을 이분법으로 그리지 않고, 인물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상황을 수동적이지 않고 역동적인 결말로, 화해와 긍정이 가능한 세상으로 그리는 것도 그의 방향성과 큰 주제 중 하나입니다. 어느덧 여든이 넘어 마치 KFC의 할아버지 같이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곧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 주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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