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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붉은 돼지> 내용 남자의 로망 미야자키의 일탈, 클래식 비행기

by ∠Å∝∏¶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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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코와-지나-사이를-날고-있는-주인공의-빨간-비행정
붉은 돼지 포스터

'붉은 돼지'는 최고의 파일럿이었으나 전쟁의 참상을 겪은 후 돼지의 모습으로 변해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포르코 롯소의 삶을 담은 영화입니다.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로망과 액션, 그리고 쓸쓸함이 담긴 지브리의 숨은 명작입니다.

남자의 로망을 담은 이야기

파시스트당이 이탈리아를 점거한 때, 마르코는 최고의 파일럿이었지만 전쟁에서 전사한 전우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조국에 낙담합니다. 이후 인간을 버리고 돼지를 선택한 마르코는 이름을 포르코 롯소로 바꾸고 지중해를 근거로 공적들을 잡는 현상금 헌터로 살아갑니다. 연일 포르코에게 당하던 공적연합은 미국의 비행사 로널드 커티스를 용병으로 채용합니다. 엔진을 고치러 밀라노로 비행하던 포르코를 커티스가 습격하고 상태불량의 비행기는 대파하고 맙니다. 겨우 피콜로 사를 찾은 그는 남자들이 군대에 차출되어 여성들만으로 운영되는 공장에 실망하지만, 피콜로의 17살 손녀 피오는 재능과 실력으로 포르코에게 신임을 얻어내며 새로운 비행기를 설계하고 만들어냅니다. 비밀경찰들을 따돌리고 완성된 비행기로 날아오른 포르코와 피오는 옛 동료 페라린의 도움으로 공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탈출합니다. 근거지로 돌아왔으나 숨어있던 공적연합에게 붙잡히게 되고 피오의 제안으로 포르코와 커티스의 1대 1 대결로 모든 승부를 끝내기로 합니다. 결전의 날, 소꿉친구 지나의 호텔이 있는 작은 섬은 축제의 장이 되고 두 사람은 날아올라 격전을 벌이지만 결착이 나지 못한 채 지상으로 내려와 육탄전을 벌입니다. 카운터펀지와 함께 둘 다 쓰러졌을 때, '또 한 명의 여자(피오)를 너 때문에 불행하게 하지 말라'는 지나의 속삭임에 포르코가 일어나며 승리하게 됩니다. 이탈리아 공군의 공습경보에 포르코와 커티스가 그들을 유인하고 인파들은 대피합니다. 시간이 흘러 커티스는 미국에서 유명한 배우가 되었고, 피오와 지나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며, 공적연합은 은퇴하여 지나의 호텔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같이 그를 기다리던 지나의 레스토랑 앞에 붉은색 비행정이 내려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탈

영화는 대놓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그렸다'라고 감독이 소리치는 것 같습니다. 여러 편의 영화에서 하늘에 대한 동경을 담아낸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번 작품에서는 평소에 고민했던 심오한 주제들은 모두 덜어내고 오직 하늘, 오직 나는 것에 대해서만 중점을 둡니다. 물론 전쟁이 배경이 되고 이전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제목과 이야기에 폭넓은 층의 지지는 받기 어려웠지만 감독 자신이 지친 중년남성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일본보다는 유럽 쪽에서 더 훌륭한 작품으로 평을 받고 있으며 영화를 본 성인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엄지를 빼어드는 명작입니다. 감독은 어째서 주인공이 돼지가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마법이 풀리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인공 포르코 롯소 자체에 대한 심리와 묘사가 매우 뛰어납니다. 저주 혹은 마법까지 걸며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세상사에 참견받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 가만히 있어도 압박하는 나를 압박하는 세상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맞서고 버텨내는 그 담담함에 많은 남성들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쓸쓸하면서도 끝까지 삶의 희망과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손에 꼽는 명장면으로는 전사한 파일럿들이 올라가는 구름 위의 낙원장면이 있습니다. 마치 북유럽 신화 속 전사들이 죽은 후 간다는 발할라를 연상하게 합니다. 친구들을 모두 떠나보냈지만 정작 자신은 가지 못하고, 홀로 남은 자의 죄책감과 쓸쓸함을 잘 표현한 장면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밀라노의 좁은 수로 위를 날아오르는 긴박한 장면과 커티스와의 대결 중 총알이 떨어지자 손에 잡히는 비행기 부품들을 던지고, 지상에 내려와 얼굴이 터질 때까지 싸우는 장면은 가히 지브리 스튜디오의 유쾌함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알면 더 재미있는 클래식 비행기들

비행기 덕후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영화에서 흥행도, 관객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 표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종의 감독 일탈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1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가 배경인 것 같지만 출연하여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비행기들은 시대에 구애받지 않은 여러 기종들입니다. 영화제목 '붉은 돼지'의 심벌이 된 주인공의 붉은 수상정은 1925년 Macchi 사가 미국의 슈나이터 트로피 대회에 첫 출전시킨 수상 레이싱 비행정인 M33 기종입니다. 당시 엔진기술이 뒤떨어져서 출력이 딸리기에 어쩔 수 없이 날개 위에 커다란 엔진을 얹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 독특한 디자인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에어레이싱의 황금기였던 1920년대의 스타는 바로 라이벌 커티스의 새파란 단엽기 R3C-1입니다. 1925년 퓰리처 에어레이싱에서 400km/h의 신기록을 세웠던 육상기로서 이후 수상기로 개조하여 수상레이싱인 슈나이더컵에서도 우승, 양쪽 대회를 모두 석권한 유일한 기종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을 탈출시킨 친구 페라린의 이탈리아 메이커 마키 M39 역시 수상레이싱 비행기인데 전작 M33이 1925년 슈나이더 대회에서 미국의 R3C-2에 3위로 밀리며 우승에 실패하자 설욕을 위해 절치부심 만든 기종입니다. 마키 사는 M39로 이듬해 대회에서 미국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 이탈리아의 주력 폭격기 사보이어 마르게티 S.55, 마지막에 지나를 만나러 온 피오가 타고 온 1981년 작 카프로니 C22벤츄라 등 시대를 아우르는 멋진 비행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한 영화 '붉은 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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