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 이후 첫 번째 공식 작품으로 소년과 소녀의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게임과 영화의 모티브로 쓰이는 '부유석과 하늘에 떠 있는 성'이라는 개념을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내용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옛 유적인 기계병을 발견한 정부는 전설의 공중도시를 확보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부유석의 비밀을 품고 있는 소녀 시타 추적합니다. 파츠는 슬랙 계곡 광산촌에서 살아가는 고아 소년입니다. 쾌활한 마을 주민들과 살아가던 그는 정부와 해적단의 공격을 받고 하늘에서 부유석을 목에 매단 채 천천히 떨어지는 소녀 시타를 발견하고 구해냅니다. 파츠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구름 속에서 보았다는 천공의 성 라퓨타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 열쇠가 시타의 목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군인들에게 붙잡히지만 그녀의 협조가 필요했던 무스카는 파츠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시타를 억류해 협력을 얻어냅니다. 풀려난 파츠는 비행해적단의 도움을 받아 시타를 구하지만 이미 무스카는 부유석을 가지고 라퓨타로 떠난 상황, 다시 무스카를 추적하던 중 폭풍과 전투로 인해 작은 비행정을 탄 채 길을 잃은 시타와 파츠는 우연히 공중도시 라퓨타에 도착하게 됩니다. 신비한 아름다움에 빠진 것도 잠시, 군대와 함께 도착한 무스카는 시타를 라퓨타 중심부로 끌고 가고 사실 자신은 시타처럼 옛 라퓨타인들의 후손이고 공중도시를 통해 함께 세계를 지배하자는 야욕을 드러냅니다. 그는 라퓨타를 통제하며 지상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시타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불러주던 노래가 멸망을 막는 주문임을 깨닫고 파츠와 함께 노래를 불러 시스템을 파괴시킵니다. 공중해적단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무사히 탈출하고, 나무뿌리에 부유석이 낀 라퓨타는 하늘 높이 사람들이 닿지 못할 곳으로 사라집니다.
지브리 스튜디오 첫 영화의 성공요인
아무래도 지브리 스튜디오가 만들어진 후 2년 만에 내어놓는 첫 작품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고, 작화 등에서 세심한 공을 들인 티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1986년 개봉 후 전 세계적으로 약 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지브리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의 작품이었지만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정식 개봉하였으며 이후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널리 유통되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얼굴과 행동, 서사등 우리에게 지브리 혹은 일본 에니매이션 하면 공식처럼 떠오르던 이미지들의 기본적인 형태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을 만한 위대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또한 주조연 가리지 않은 그들만의 매력, 라퓨타라는 주제를 향해 모두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달려가는 모습이 매우 설득력 있고 몰입하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무엇보다도 감독이 그려내는 SF세계관 배경은 매우 절묘했는데, 사람과 자연환경은 옛 농촌이 떠오르는 수수하고 감성적인 부분으로 그려낸 방면, 그 배경에 존재하는 미래지향적 요소들은 비행선과 갖가지 동력기관, 잃어버린 최첨단 과학들이었습니다. 이 두 이질적인 요소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작화의 섬세함과 만화로만 표현 가능한 따뜻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감독 자신의 천재성 때문일 것입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가 끼친 사회적 영향
라퓨타라는 이름은 조너던 스위프트의 고전이 된 명작 '걸리버여행기'에 최초로 수록됩니다. 걸리버는 세 번째 여행 당시 하하늘 위를 나는 섬 라퓨타에 방문하게 되는데 그 섬은 수학, 과학, 천문학이 고도로 발달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직 지적욕구만을 채우기 위한 남자들 만의 취미활동이었기에 일상생활은 그런 과학기술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그 내용을 차용하여 고도로 발달된 기술문명이 오히려 문명과 자연을 파괴시키는 데 사용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걸리버가 도착한 공중도시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 '천공의 성 라퓨타'이고 이후 많은 작품과 상상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1980-1990년대 남자아이들은 당시 패미컴으로 출시된 게임들에 푹 빠져 살았는데 그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작품은 롤플레잉 게임의 효시였던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널판타지였습니다. 두 게임 모두에 중요한 맵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하늘에 부유하는 섬 혹은 그런 종류의 잊힌 도시국가였고, 하나같이 부흥하였으나 쇠락해 버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묘사가 되었습니다. 또한 부유석을 배에 장착하여 비행정으로 개조하는 이벤트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제는 각종 소설이나 판타지의 주요한 재료로 사용되는 이 요소가 바로 이 영화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나오는 작품마다 흥행가도를 이루며 지브리 신화를 써내려 가는 초석이 된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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