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는 유태인 홀로코스트의 비극으로 아들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간 아빠 '귀도'가 그려내는 감동의 이야기입니다. 울어야 할 장면에서 사람들을 웃기며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어낸 주연배우이자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1988년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를 석권합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
가난하지만 유쾌한 유태인 청년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시골에서 로마로 상경하여 웨이터로 취직합니다. 어느 날 그는 손님으로 온 유복한 초등학교 교사 도라(니콜레타 베라스키)를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열정적이고 순수한 그는 매일 사랑을 속삭이고, 이미 좋은 집안의 약혼자가 있었던 도라는 그의 사랑을 외면하지만 지치지 않고 찾아오는 그의 유쾌하고도 진실한 고백에 마음을 엽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두 사람은 서점을 차리고 아들 조수아(조르조 칸타리니)와 함께 소박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립니다. 그러나 기쁨의 시간도 잠시, 곧 전쟁의 기운이 로마까지 옮겨 붙으면서 정부는 유태인들을 잡아 격리하기 시작하고 귀도는 아들 조수아와 함께 군인들에게 잡혀 수용소행 열차에 실립니다. 도라는 유태인이 아님에도 가족을 따라 자진해서 수용소로 들어가게 됩니다. 고단한 수용소 생활을 견디기 위해 귀도는 조수아에게 이것은 1000점을 먼저 얻으면 탱크를 상으로 받는 일종의 수용소 게임이라고 이야기하고,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재치와 유머로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어느덧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증거인멸을 위해 모든 수용자들을 죽일 것임을 알게 된 귀도는 숨바꼭질이라며 아들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기고는 수감된 아내를 찾으러 갔다가 경비병에게 들킵니다.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경비병 앞에서 아들의 시선을 느낀 귀도는 게임을 위한 연기인양 씩씩한 발걸음으로 골목길로 들어서고 곧 총성 한 발이 울립니다. 아빠의 말대로 한나절을 숨어있던 조수아는 텅 빈 수용소에 등장한 미군탱크를 보고 아빠의 약속이 이뤄짐을 알고 기뻐합니다.
거장 로베르토 베니니, 세계가 찬사한 명작
90년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영화의 명작으로 쉰들러리스트와 함께 유태인 학살을 다룬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 영화는 각본을 쓰고 감독과 주연배우까지 도맡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작품입니다. 실제로 그의 아버지가 전쟁 당시 3년 간 수용소에 잡혀있었고, 그때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해 아들에게 이야기 형식으로 포로생활을 들려준 것이 이 영화 각본에 그대로 녹아들었습니다. 유태인 홀로코스트 센터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감독은 같은 주제를 다룬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태인 학살을 이야기합니다. 처참했던 상황, 그 속에서도 아들을 위해 긍정적으로 살아있어야 했던 아버지 귀도의 캐릭터를 통해 꺾이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족의 사랑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합니다. 아들을 위해 웃음을 포기하지 않고 대신 목숨을 포기했던 아빠 귀도의 모습을 보며 수많은 관객들이 영화 내내 웃다가 결국 울어버렸고 1997년 12월에 이탈리아에서 개봉한 이 놀라운 작품은 1998년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합니다. 또한 외국인에게 좀처럼 문을 열지 않았던 아카데미에서 7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어 비영어 구사자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또한 외국어 영화상과 작곡상을 수상합니다. 미국에서 비영어권 작품으로서 자막이 달린 영화로는 역대 2위인 57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전 세계적으로 2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원래도 이탈리아의 유명한 희극배우이자 극작가였던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 작품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거장이 되었습니다.
홀로코스트로 삶을 고찰하다
미혼일 때 영화를 보고 저도 결혼하여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보니 그 상황에서 귀도처럼 조수아를 위해 살고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러나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닫습니다. 아내 도라를 연기한 실제 아내인 니콜라스 브라스키와도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잉꼬부부라고 합니다. 어느 장면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포스터의 예언처럼 이미 저는 웃으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2차 대전과 유태인 수용소를 다룬 영화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하나같이 전쟁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잔인한 측면과 처절한 생존에 바탕을 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1999년 단성사에서 본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 후로 최근 다시 보기 전까지 20여 년 간 본 적이 없었지만 살다가 문득 한 번씩, 두고두고 생각나는 작품이었습니다. 비단 귀도가 죽는 장면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구애하고 데이트하던 소박한 장면과 아들과 나누는 따뜻한 대화 장면, 수용소 어딘가에 있을 아내를 위해 방송을 하는 모습 하나하나까지, 귀도는 죽는 순간까지 어려운 상황에 타협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습니다. 만약 인생의 영화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저는 수많은 시간을 이 영화 앞에서 고민할 것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삶에 지금 말 못 할 고민이나 문제가 생겨 조언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La vita e bella, '인생은 아름다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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