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로마의 휴일'과 함께 오드리 헵번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대표작입니다. 주제가 '문리버'를 부르는 장면,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지방시 드레스와 선글라스를 쓰고 티파니의 윈도를 바라보는 첫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으로 회자됩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줄거리
1960년대 초 뉴욕의 새벽, 보석상 티파니를 흥미롭게 살피고는 우아한 몸짓으로 새벽거리를 걸어가는 그녀의 이름은 홀리 고라이틀리(오드리 헵번)입니다. 홀리는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며 부유한 남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화려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성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닮은 길 잃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가난한 작가인 폴 바잭(조지 페퍼드)이 홀리의 윗집으로 이사를 옵니다. 그는 부자 여인들의 애인 노릇을 하며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전화를 빌려 쓰기 위해 홀리의 방을 방문한 폴은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듭니다. 한밤 중에 폴의 침대 속으로 들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팔에 안겨 잠드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기타를 치며 'Moon River'를 흥얼거리는 모습에서, 폴은 자유분방한 홀리를 점점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난한 현실을 벗어나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홀리에게 사랑은 사치입니다. 어느 날, 홀리는 파티에서 마약 조직에 연관되었다는 혐의로 경찰서에 연행되고 이로 인해 홀리와 결혼하기로 한 상류사회의 남자는 그녀를 떠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난했던 시절 결혼했던 홀리의 남편이 도시로 떠난 그녀를 찾아오고 꿈과 현실의 격차에 홀리는 무너집니다. 폴은 홀리를 위로하지만,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고 비가 쏟아지는 거리로 뛰어나갑니다. 홀리를 쫓아간 폴은 키우던 고양이를 놓친 채 뒷골목에서 좌절하는 홀리를 부둥켜안습니다.
전설이 된 배우, 전설이 된 이미지
'진주 목걸이, 검은 이브닝드레스, 검은색 긴 장갑, 틀어올린 머리, 얼굴의 반을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택시에서 내려서 뉴욕 5번가 보석상 티파니를 흥미롭게 들여다보는 매력적인 여인.' 1961년에 제작된 이 영화의 첫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새겼고 그 이미지는 대체 불가능한 불멸성을 갖게 됩니다. 뉴욕 5번가의 티파니 보석상은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또한 뉴욕을 방문하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빵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한 번쯤 흉내 내는 명장면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오드리 헵번이 입으면 헵번스타일이 되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상류사회를 동경하며 영화 속에서 입었던 지방시의 옷들은 다시 한번 전 세계 패션계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헵번 하면 떠오르는 극 중의 검은색 지방시 드레스는 2006년 크리스트 경매장에서 무려 80만 달러(한화 약 8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헵번스타일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주제가 Moon River를 창가에 앉은 오드리 헵번이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르는 장면은 또 하나의 명장면입니다. 화려한 삶을 바라지만 허황된 꿈을 좇는 삶에 지친 홀리가 나지막이 고백하는 내면의 목소리는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많은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1962년 아카데미상에서 작곡상·편곡상·주제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차가운 도시의 사랑이야기
"People love each other and belong to each other."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속하는 거야." 주인공 홀리는 달빛 은은한 밤의 서정을 그리워하면서도 부와 상류층의 상징인 보석상 티파니를 동경하기에 꿈과 현실의 괴리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작가 폴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을 나누면서도 부자를 찾아 헤맵니다.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빈부격차 등 대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로 오드리 헵번은 영화 인생의 최전성기를 누립니다. 다시 한번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이 시기 그녀의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평판이 좋지 않고 세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배우 멜 퍼러와 결혼하여 지극정성으로 사랑했지만 그의 바람둥이 기질과 아내를 향한 영화인으로서의 열등감으로 인해 다툼이 잦아지는 시기였습니다. 빗속에서 서로 부둥켜안은 홀리와 폴이 이후 어떻게 되었을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홀리의 아픔과 갈망을 이해하기에 아련하고, 그런 그녀를 따스하게 바라봐 주는 폴이 있기에 두 사람이 지치지 않고 결국엔 같은 무지개다리의 끝에 도착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설이 된 오드리 헵번의 작품, '티파니에서 아침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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